시 글 말

[한때 황금 전봇대의 生을 질투하였다] 심보선

조수진 josujin 2023. 7. 2. 09:47

 

한때 황금 전봇대의 을 질투하였다

- 심보선

 

시간이 매일 그의 얼굴을

조금씩 구겨놓고 지나간다

이렇게 매일 구겨지다보면

언젠가는 죽음의 밑을 잘 닦을 수 있게 되겠지

 

크리넥스 티슈처럼, 기막히게 부드러워져서

 

시간이 매일 그의 눈가에

주름살을 부비트랩처럼 깔아놓고 지나간다

거기 걸려 넘어지면

 

끔찍하여라, 노을 지는 어떤 초저녁에는

 

지평선에 머무른 황금 전봇대의

멀리 질투하기도 하였는데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