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말

[권석천] 1년 후 우리는

조수진 josujin 2023. 7. 4. 15:00

 

[권석천의 시놉티콘] 1년 후 우리는

https://www.lawtimes.co.kr/opinion/182987

 

"우린 벌써 그날의 떨리던 마음을 시시각각 잊어가고 있다.

비통함이나 경각심, 긴장감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카프카 소설에 나오는 그레고르 잠자의 가족들처럼

각자 삶의 현장으로 흩어질 채비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참사를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이슈로 보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 개개인의 이슈로 개별화하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은 사고 당한 사람 자신이라는 도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전철에 치여도,

발전소에서 설비 점검을 하다 몸이 끼어도,

축제에 갔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해도,

희생자들의 부주의탓으로 돌린다.

단연코, 그들은 부주의하지 않았다.

설사 부주의했더라도 별 탈이 없어야 하는 게 정상적인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