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 전봇대의 生을 질투하였다】
- 심보선
시간이 매일 그의 얼굴을
조금씩 구겨놓고 지나간다
이렇게 매일 구겨지다보면
언젠가는 죽음의 밑을 잘 닦을 수 있게 되겠지
크리넥스 티슈처럼, 기막히게 부드러워져서
시간이 매일 그의 눈가에
주름살을 부비트랩처럼 깔아놓고 지나간다
거기 걸려 넘어지면
끔찍하여라, 노을 지는 어떤 초저녁에는
지평선에 머무른 황금 전봇대의 生을
멀리 질투하기도 하였는데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