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말

[낱말 케이크] 임지은

조수진 josujin 2023. 7. 12. 18:50

 

 

낱말 케이크

 

- 임지은

 

 

나는 지구에 잘못 배달되었다

 

팔과 다리가 조금씩 어긋난 감정을 입고

요즘 사람 행세를 했다

 

어울려 웃고 떠든 밤에는

집에 돌아와

불 꺼진 방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아직 뜯어보지 않은 선물처럼

낱말 맞히기를 풀었다

 

세로줄을 다 풀지 못했는데

창밖으로 가로줄이 배달되었다

 

그러나 나에겐 아직 풀지 않은 아침이 더 많았다

 

그 어색함이 아득해

냉장고 속 케이크를 푹푹 떠먹었다

 

얼굴 속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배 속에서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귀를 접어 귓속에 넣었다

비로소 사람처럼

문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