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말

[슬픈 짐승] 모니카 마론

조수진 josujin 2019. 11. 14. 23:38

“나는 사랑이 안으로 침입하는 것인지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인지조차도 아직 알지 못한다.
사랑은 바이러스처럼 침입해서 나를 점령해버리는 것인가,
아니면 죄수처럼 갇혀 있다가 나라는 감옥을 뚫고 나오는 것인가.
자신의 경우는 후자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 남자, 프란츠를 만나면서 그녀의 사랑은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프란츠는 어느 날 가족에게로 되돌아가고, 그날 이후로 그녀의 삶은 멈췄다.
이제 그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또 실천했다.
그녀의 삶은 이제 다음과 같은 일들로 이루어진다.
그가 남기고 간 안경을 몇 년 동안 끼고 살아서자신의 눈을 망가뜨리기.
그것이 그의 곁에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이었다.
혹은 마지막으로 함께 누운 침대 시트를 빨지 않고 보관해 두었다가 가끔 꺼내서 펼쳐보기.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아름다운 내 연인의 정액 흔적을 다시 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