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말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조수진 josujin 2019. 11. 7. 15:29

 

“당신 입에서 저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태어나서 그때까지,
그리고 그 뒤로도,
그렇게 기뻤던 적은 없었습니다.

둘 다 중학교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동생 겐지를 어떻게든 고등학교 정도는 나오게 하고 싶었으므로
어머니가 진학을 포기하라는 말을 했을 때도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병으로 누워있었기 때문에
아이 둘을 고등학교에 보낼 여유가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스스로 완고하게 진학을 거부하고
철공소에 견습생으로 들어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피가 통하지 않은 아버지의, 이를테면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의식해서
일부러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용모도 단정한 남자아이였으니까
저에게는 수많은 연적들이 있었습니다.
그 연적들 대부분이 고등학교에 진학해버리자
저는 당신과 둘이서
작은 방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당신에 대한 저의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