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말

[개] 조동범

조수진 josujin 2019. 11. 15. 06:01

도로 위에 납작하게 누워 있는 개 한 마리.
터진 배를 펼쳐놓고도
개의 머리는 건너려고 했던 길의 저편을 향하고 있다.
붉게 걸린 신호등이 개의 눈동자에 담기는 평화로운 오후.
부풀어오른 개의 동공 위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든다.
나비를 담은 개의 눈동자는 이승의 마지막 모퉁이를 더듬고 있다.
개의 눈 속으로, 건너려고 했던 저편, 막다른 골목의 끝이 담긴다.
개는 마지막 힘을 다해 눈을 감는다.
골목이 끝이, 개의 눈속으로 사라진다.
출렁이는 어둠 속으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납작하게 사라지는 개의 죽음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