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말

[권석천]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판사라면

조수진 josujin 2022. 10. 20. 21:14

 

[권석천의 시놉티콘]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판사라면

https://m.lawtimes.co.kr/Content/Opinion?serial=182338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보려 한다.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판사가 된다면 어떨까.

그런 사람이 판사라면

사건의 이면에 가려진 인간을 바라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심판대에 선 자신과 다름없는 인간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사법임을 떠올리지 않을까.

무엇이 판례에 맞는 지보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고민하지 않을까.

결론을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애태우지 않을까.

오판의 가능성에 악몽을 꾸다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나지 않을까.

 

그 다음으로 이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은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판사가 될 수 있는 사회인가.

돈이 없어서 쩔쩔매본 사람,

부당한 대우에 '멘탈'이 붕괴돼 본 사람,

비행 청소년딱지가 붙었던 사람이 판사가 될 수 있을까.

안온한 가정에서 소위 명문대, 명문 로스쿨을 나온 사람이

삶의 좌절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거리의 이름 없는 시민들이

하루하루를 어떤 심정으로 살아가는지 가늠할 수 있을까.

 

한 번도 망가져보지 않은 이들이

남을 판단하는 자리에 있는 사회는 불행하다.

적어도 나라면 그런 사람의 법정에 서는 일만큼은 사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