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말

[한 말씀만 하소서] 박완서

조수진 josujin 2019. 11. 15. 00:24

어려서 무서운 꿈을 꾸다가 흐느끼며 깨어난 적이 있었다.
꿈이었다는 걸 알고 안심하고 다시 잠들려면
옆에서 어머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얘야  돌아눕거라, 그래야 다시 못된 꿈을 안 꾼단다."
 
돌아누움, 뒤집어 생각하기, 사고의 전환, 바로 그거였어.
앞으로 노력하고 힘써야 할 지표가 생긴 기분이었다.
나는 내 속에 생긴 희미한 희망같은 것을 보듬어 안고
그들이 헤어지기 전에 먼저 내 방으로 돌아왔다.